고졸자의 현실
군대에서의 나는 훌륭한 프로그래머였다.
어디서 배우지도 않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군대 월급 외에 추가로 용돈까지 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고, 인생의 자신감(?)도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학교를 다니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복학을 하지 않고 나의 길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회계와 경영을 배워 사업가의 길로 가자 하면서 말이다.
'전역하면 셀러 오션에서 프리랜서로써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 용돈 벌어가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이게 군대에 있을때 나의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한 생각이었고, 현실성이 없다.
현재 군인이거나, 고등학생이면서 대학의 길을 밟지 않고 단순히 자신감만 가지고 취직을 생각한다면 다시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 이유를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현실
나는 전역 전 말출을 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셀러 오션에서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카페를 돌아다녔다.
웹 개발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HTML, CSS, JAVASCRIPT 수정 업무를 찾아다녔고, 간단한 수준의 개발을 요하는 사장님들께 쪽지로 러브콜을 열심히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군대에서 전역하여 열심히 일을 배워보려고 하는 ***입니다.
해당 업무는 간단한 작업으로 *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사료되며,
비용은 30,000원입니다.
전화번호는 010-****-**** 입니다.
감사합니다!
실제로 보냈던 쪽지를 캡처해서 올리고 싶으나, 실수로 보낸 쪽지함을 모두 지운 것 같다...
이런 내용의 쪽지였다.
(군인이었음을 밝히고 쪽지를 보내면 그 안타까움(?)에 손을 내밀어 줄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것인가..)
이렇게 한 두세 통을 보냈지만 당연히 물론 그 아무도 답장을 해 주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냥 읽씹이었다.
정말 당연하다. 왜냐?
1.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업무를 부탁하나?
2. 군대에서 전역해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실력이 보장이 되나?
3. 다른 전문가들도 있는데 돈까지 써가며 사회 초년생에게 맡기나?
4. 결정적으로 실 업무에 투입되는 기술인데 왜 전문가도 아닌 나에게 이 수정을 부탁하나?
정말 간단한 이유였다.
이를 깨달은 이후 나의 쪽지는 이런 형식으로 바뀌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군대에서 전역하여 열심히 일을 배워보려고 하는 ***입니다.
저에게 일을 맡겨만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해당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만들었던 홈페이지는
***
***
***
들이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기술은 HTML, CSS, JAVASCRIPT 그리고 PHP입니다.
모든 작업은 무료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번호는 010-****-**** 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좋은 내용의 쪽지는 아나지만 그래도 격식이란 것을 더 차리게 되고 결정적으로는 무료로 내 기술을 제공해드리겠다고 쪽지 내용이 바뀌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아무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린다고 말을 해도 사장님께 중요한 건 무료가 아니었다.
실 업무에 투입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기술이 그분들께 돈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아.. 군대에 있을 때나 프로그래머였지 사회에서는 나는 그냥 실력도 없는 그냥 전역자 한명일뿐이구나..'
그래도 다행인 건 쪽지를 한 50통 보내 내니까, 3 통정도는 답장이 왔다.
아주 사소한 작업을 도와드린다 했으나,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원래 맡기려던 일을 넘어 더 복잡하고 많은 일들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그냥 해드려야지 싶었으나, 그래도 추가적인 업무를 도와드리는데 약간의 보수를 요구하자 바로 나오는 답변은 '아 돈쓰기 아까워서 부탁드린 건데;;'
.....???
그냥 무료로 사람 부려먹고 싶었던 것이다. 내 취지랑은 정말 맞지 않았다. 일하기도 싫어졌다.
이런 마인드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일을 하는 것인가,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은 것인가, 전역했는데 용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참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 결국 돈도 못 벌면서 되지도 않는 경험을 쌓기보다는, 바로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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